XBOX ONE 의 프로모션 세일 이후 단독 질주가 다소 누그러들었으나 PS4 는 현세대 게임 콘솔 전쟁 초기부터 쭉 단연 돋보이는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마도 당분간은 현 상황이 쭉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제까지의 발매 타이틀 이력을 놓고 보면 PS4 의 질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마냥 쉽사리 예상하기엔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 사상 최대 속도로 팔아치우고 있는 게임기 치고는 워낙 이제까지의 독점 타이틀들이 별 볼일 없었기 때문. 얄궂게도 독점 타이틀의 질은 가장 보급율이 낮은 닌텐도 Wii U 가 가장 좋으며,  대부분의 유저에게 PS4 독점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타이틀은 우습게도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현세대 게임기의 초창기였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적어도 올해부터는 소니가 가격적 메리트 뿐 아니라 컨텐츠 메리트를 통해 예비 구매자들은 물론 기 구매자들에게 PS4 의 매력을 확고히 어필할 필요가 있다. 



디 오더 : 1886 은 현세대 중반기를 접어들고 있는 올해 첫 발매된 PS4 의 소니 퍼스트 파티 독점 타이틀이며,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트레일러와 사전 공개 정보를 통해 유저들에게 큰 기대를 받아온 게임이며, 현세대 들어 처음 선보이는 프랜차이즈다. 게임 하나를 가지고 향후 PS4 독점 라인업 전체를 예견하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적어도 독점 타이틀 라인업의 매력이 당장 높아지는가 혹은 좀 더 기다려봐야 하는가를 판단할 척도로 삼기엔 적당한 타이틀이 아닐까 ? 


탄성이 절로 나오는 그래픽,  맛을 높여주는 사운드


디 오더 : 1886 는 여태까지의 게임들과 급을 달리하는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인다. 한층 섬세해진 인물과 배경의 디테일, 광원 효과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감탄스럽다. 특히 게임 내에서 보여지는 오브젝트들간의 퀄리티 수준 차이가 부분적으로 일어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면이 전혀 없고 통일감을 유지하고 있어 온전한 게임 세상이 독립적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화면의 느낌이 오래된 필름 영화를 보는 듯한 필터링 효과가 덧씌워져 화면이 약간 거칠고 희미한 느낌을 주는 면은 호불호가 갈릴 면이 없잔아 있긴 하지만, 게임의 분위기와는 잘 맞아 떨어져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다. 차세대 퀄리티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운드 효과는 게임의 맛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차분하고 무겁게 내리깔린 딱딱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지라 일반적 배경 음악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주요 장면이나 전투마다 적절한 배경음악이 차분하게 치고 들어왔다 자연스레 빠진다. 효과음 중에서 특히 총기의 발사음은 이 게임의 사운드 효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호쾌하면서 절제가 있어 총질의 맛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나름 괜찮은 전투,  아쉬운 플레이 요소


디 오더 : 1886 은 3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을 조작하게 되며 전투 역시 전형적인 TPS 게임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전투는 나름 재미있는데, 앞서 언급한 사운드 효과 덕분에 총질의 맛이 살아 있고 적들은 제법 이런 저런 방법으로 주인공들을 괴롭히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전투의 무대도 좁은 통로, 홀, 이동로는 고정되어 있으나 사방이 뚫린 대로 등 전투 장면마다 획일되지 않은 환경이 무대인지라 반복적이지 않고 집중력 있게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이런 괜찮은 전투 요소가 게임에서 충분히 등장하는 편은 아니며, 라이칸과의 전투씬은 너무 패턴이 고정되어 있어 나름 공포의 대상이자 어려운 이벤트 상대로 인식되어야 할 라이칸과의 전투가 마치 장난감 게임 같이 단순하다. 



게임의 플레이는 이동 및 탐색, 컷 씬, 전투, 액션 콤보 (QTE) 의 형태로 나뉘는데, 버튼 액션이나  이동이 아주 약간 섞인 이벤트들을 포함하면 게임 플레이의 절반 가량이 컷 씬이라 봐도 무방하다. 특히 아쉬운 것은 액션 콤보 부분인데, 플레이 중간 중간 과도하게 액션 콤보로 구성한 면이 있고, 라이칸과의 전투 액션 콤보는 총질 전투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라 지겹고 짜증이 난다. 또한 잠입 플레이에서의 액션은 적의 뒤를 잡을 때 반드시 액션 버튼이 나타난 후 일정 시간 기다려 정해진 타이밍을 맞춰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라 뒤편에서 버튼 타이밍 기다리다가 적이 뒤돌아보는 난감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플레이가 매우 고단하고 짜증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컷 신과 플레이 부분의 연계가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조작과 행동에 있어 답답함이 느껴지게 구성된 부분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이동 중 동료와 함께일 경우 동료가 앞서지르는 패턴일 때는 동료의 동작이 완료되거나 동료가 차지하는 제법 넓은 범위가 해소되어야 유저가 뒤따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예를들어 계단을 오를 경우 동료가 반이상 올라간 다음에야 유저가 계단을 오를 수 있다거나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별 것 아닐 것 같은 이 상황은 실상 겪어보면 마치 MMORPG 에서 점프 동작이 없는 것과 같은 답답함을 유발한다.  또한 액션의 연속을 지루하게 늘어놓아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적들 모르게 빠르게 창고를 방화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동료가 기름을 붓고 주인공이 불을 이는 과정이 반복되고 동료는 주인공이 불을 붙이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음 박스에 기름을 붓는다. 좀 빠릿하게 여유 시간에 알아서 기름좀 부어두면 안되는것인가? 기름을 부으면서 의미없는 대사 컷씬을 곁들이는 것은 보너스다. 


질소 포장 과자와 같은 세계관과 스토리


주인공 갈라하드와 그의 동료들이 속한 기사단 (The Order) 은 아더왕 대를 넘어 성배 탐색으로 얻은 검은 물의 힘으로 수세기에 걸친 삶을 영위하는 힘을 얻었으며, 단원이 사망할 시 내정된 후보 인물에게 초대 원탁 기사의 이름을 되물려 기사 선임을 하여 유지되어 왔다.  이들의 임무는 나라의 안녕을 위하는 것은 물론이요 반수 라이칸들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1886년, 사람들을 반수로 만드는 신규 질병의 유행이 퍼져나가며 왕국을 위협하고 기사단은 반란군을 신규 질병의 주모자로 의심한다.



스팀펑크 세계관과 아더왕의 전설이 홉합된 디 오더 : 1886 의 기본 세계관은 얼핏 매력있게 다가온다.  스팀펑크 요소는 게임 내 각종 무기나 기구들로 다채롭게 보여지고 있는 것에 반해 아더왕 전설 요소는 기사단의 존재, 그 이상의 매력적 포장이 제대로 씌워져있지 않다. 수세기간 지속되온 기사단의 성스러운 임무에 대한 간략한 영웅일담이라던가 사건, 선임 후보자의 선별 기준 등 디 오더를 통해 재가공된 기사단은 양념꺼리가 다양할 텐데 단지 "수세기간 지켜봤다." 나 "검은 물이 준 생명력"  과 같은 한두번 짤막하게 지나가는 대사 외엔 게임 속 기사단의 매력을 유저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부족하다. 매력적 세계관의 어필 요소가 부족한 덕분에 초반의 이야기는 매우 답답하고 지루하다. 문제가 있다니까 진행은 하는데 왜 이런식으로 진행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게임을 통해 이뤄지는 사건과 장면들이 하나 둘 축적되면서 점차 스토리에 집중력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게임의 영상미가 초반의 지루함을 그나마 달래는 요소였다면, 중반부부터는 집중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집중력이 생긴 중반부의 진행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보면 제법 괜찮다. 문제는 집중력을 유지하며 진행을 하다보면 어라.. 하는 사이에 이야기가 마지막 부분에 도달해있다는 것.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어느덧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좀 할만해졌다는 생각이 들고나서 얼마 안있어 정말 말 그대로 게임이 끝난다.  너무 뻔한 후속편에 대한 암시만을 남긴 채.





이야기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디 오더 : 1886 을 실패작으로 단순히 치부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야기 속에서 충분한 매력을 어필했느냐인데,  초반부터 조금씩 뿌려진 떡밥은 어느 순간부터 무의미해지고 회수가 제대로 되지 못할 뿐더러 집중력이 생기는 중반부터 종반까지의 이야기는 집중력은 있되 막상 유저의 예상 범위를 전혀 벗어나지 않는 뻔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상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는 정말 이게 끝이냐는 것 정도랄까. 개발사는 스토리 라인의 구성 자체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정해진 스토리 볼륨이 이정도였다면 중간 과정의 디테일을 보다 다채롭게 꾸몄어야 했으며, 아니면 볼륨 자체를 늘려서 이후의 이야기를 더 만들었어야 한다. 구성의 실패로 인해 디 오더 : 1886 은 쓸데없이 늘여진 예고편 혹은 미완품 둘 중 하나같은 어정쩡한 타이틀이 되고 말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이유에서일까, 디 오더 : 1886 은 외형의 장점이 뚜렷한 것에 반해 내재적인 부분들은 단점이 너무 많이 보이는 게임이다. 특히 아쉬운 것은 구성의 문제. 유저의 실질적 게임 플레이 부분을 좀 더 늘렸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것과 이야기의 구성을 더 매력적으로 꾸미지 못했다는 것. 특히 이야기의 구성 부분은 컷 씬의 연속이 게임의 메인을 차지하는 게임이라 더욱 뼈아프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드는 이 게임에 대한 가치는 차세대 퀄리티를 동반한 볼거리로써의 재고다. 재미있는 게임을 기대하고 이 게임을 접한다면 매우 실망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볼만한 구경꺼리로만 이 게임을 기대한다면 나름 괜찮은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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