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PS Plus 무료 게임 라인업 중 눈에 띄는 타이틀이 있었으니 바로 킹스 퀘스트 에피소드 1 이다. 90년대 PC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지나가는 소리로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시리즈의 제목이 킹스 퀘스트 였으며 루카스 아츠와 마지막 어드벤쳐 게임 황금기를 양분하던 시에라 온라인의 간판 타이틀 시리즈이기도 했다. 과거의 흥했던 어드벤쳐 게임들은 시스템적 특징이 지금은 메인스트림을 완전 장악한 액션 게임들의 부분 부분적인 시스템으로 녹아들며 흡수된 흔적들이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적이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만한 본격 어드벤쳐 게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재형상화된 킹스 퀘스트 2015


매니아 층이라면 좀 더 많은 타이틀들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타이틀이라면 퀀틱드림의 헤비 레인을 필두로 한 게임들이나 텔테일 게임즈의 워킹 데드로 대표되는 에피소드 게임들, 혹은 셜록 홈즈 시리즈 정도? 퀀틱드림 역시 의외로 오래된 개발사이긴 하지만 작품이 별로 없고, 텔테일 게임즈는 샘 & 맥스를 필둘 에피소드 판매 형식을 특징으로 한 어드벤쳐 게임들을 꾸준히 공급해오다 워킹데드로 초대박을 터트린 케이스다. 에피소드 판매 방식의 저렴하게 여러번 나누어 판매한다는 전략과 취지가 왠지 업계에서 갈수록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예를들면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과거 킹스 퀘스트 시리즈를 제작, 공급해온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시에라 온라인) 은 현재는 액티비젼 산하에 속해있으며, 2000 년대 말에 폐쇄되었다가 지난 2014년에 다시 브랜드화되었다. 과거 비벤디와의 흡수합병과 이후의 흑역사에 앙금이 남아있을 법도 한 시에라 온라인의 설립자 켄 윌리암즈가 설명하는 시에라 부활의 취지는 소규모 게임들의 공급에 있으며, 부활과 함께 발표된 게임이 바로 12월 PS Plus 라인업에 에피소드 1 이 포함된 킹스 퀘스트다. 킹스 퀘스트는 워킹데드의 온라인 분할 판매 수익 모델을 벤치마킹(그냥 따라..) 한 듯 에피소드 형식으로 2016년까지 공급이 예정되어 있으며, 새롭게 부활한 시에라 엔터테인먼트는 아마도 과거 자사의 게임 프랜차이즈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급 게임들이 이와 같은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을 전략으로 취할 것으로 보인다.



존 그래햄의 침실 곳곳에 배치된깨알같은 과거 시리즈 포스터들


시에라가 부활과 함께 포지셔닝을 수정했듯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새롭게 발매된 킹스 퀘스트 시리즈 역시 새롭게 쓰여지게 된다. 


과거 팬들이 킹스 퀘스트 하면 떠올릴법 한 것이 시리즈의 아이콘이자 다번트리 왕국의 왕 존 그래햄인데, 새로운 킹스 퀘스트는 과거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존 그래햄의 모험 이야기가 주제다. 과거 시리즈에서 다뤄졌던 스토리의 부분들이 새로운 킹스 퀘스트 게임에서도 등장하게 될 예정이고, 여기에 새로운 스토리가 추가되어 과거의 스토리와 신규 스토리가 혼합되어 다시 쓰여지는 존 그래햄의 모험기가 새로운 킹스 퀘스트의 줄기가 된다. 시리즈를 완전히 갈아엎는 의미로 사용되는 리부트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약간 애매한듯 시에라는 이를 재형상화 (reimaging) 이라 표현하고 있다.





서두가 너무 길었는데, 

어찌되었건 12 PS Plus 무료 라인업으로 에피소드 1 이 제공된 덕분에 발매 소식을 듣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킹스 퀘스트 신작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에피소드 1 에서 유저는 주인공 존 그래햄이 되어 다번트리 왕국의 기사가 되는 과정을 모험으로 겪게 되고 에피소드 2 부터 존 그래햄이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이하게도 게임의 도입부에서 존 그래햄은 이미 할아버지이며, 자신의 과거 무용담을 손녀에게 들려주는 회상 형식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회상이라는 컨셉은 본 이야기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유저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지적을 하거나 유저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첨언으로 당시 상황 묘사를 추가한다. 카툰 렌더링으로 표현된 그래픽은 화려하진 않지만 동화같은 이야기를 모토로 삼아온 시리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움직임도 부드럽다. 초반 용이 서식하는 동굴을 탐험하는 부분에선 같은 시대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특화된 모습을 보여줬던 용의 굴 시리즈가 떠오르는 묘한 부분도 있다. 





새로운 킹스 퀘스트는 90년대 어드벤쳐 게임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명렁어 인터페이스 포인트 & 클릭을 차용하고 있진 않지만, 캐릭터가 움직이는 필드의 화면 구성이나 유저가 조작으로 캐릭터를 움직인다는 측면을 제외하면 캐릭터에 가까이 다가가면 대화를 할 수 있고 주요 포인트에서 인벤토리에서 사용 아이템을 선택하는 등 외형만 포인트 & 클릭이 아닐 뿐 포인트 & 클릭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캐릭터를 유저가 조작으로 움직이는가 마우스로 포인팅을 하는 가에 대한 차이랄까. 이에 대해서는 과거의 향수도 느껴지고, 향수를 느끼는 대상이 과거의 그 게임이라는 것은 향수 이상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물론 이는 2015년 새롭게 쓰여진 킹스 퀘스트가 과거의 킹스 퀘스트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분위기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플레이는 전형적인 킹스 퀘스트다. 여기저기서 재료 아이템들을 수집하여 필요한 아이템으로 조합하고, A 를 원하는 캐릭터에게 B 를 가져다주기 위해 C 가 원하는 무엇을 구해주는 형식으로 얽힌 관계가 존재하며 지형 지물을 이용한 간단한 퍼즐부터 본격 머리쓰기 미니 게임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장애물을 넘기 위한 풀이 방법이 나뉘는 부분도 존재한다. 에피소드 게임을 텔테일의 왕좌의 게임밖에 해보질 않아서 대체로 분량이 어느정도로 나오는지 경험이 부족한 편이지만, 왕좌의 게임에 비해서는 에피소드 하나로 즐길 수 있는 분량이 넉넉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이야기는 비록 도입부에 불과하고 특히나 도입부나 다름없는 1편인지라 속단하기 이르지만 향후 추가되는 에피소드들이 모여 전체 이야기가 완성된다면 분명 즐길만한 타이틀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좀 더 깊게 킹스 퀘스트를 따지고보면 시리즈의 어머니 로버타 윌리암즈가 제작에 참여했느냐 여부가 과거 팬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는데, 로버타 윌리암즈는 제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0년 초반에 텔테일 게임즈에서 액티비젼과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킹스 퀘스트 제작을 시도한 바 있으며 이 때 로버타 윌리암즈가 조언자 자격으로 간접 참여를 한 바 있는데, 당시의 데이터가 아마도 현재의 킹스 퀘스트에 어느정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 로버타 윌리암즈가 제작을 진두지휘하진 않았으나 전작들과의 이질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분은 분명 킹스 퀘스트 신작의 장점이다. 혹여나 유저에 따라 느껴질 이질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존 그래햄의 회상이라는 이야기의 형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생각난 김에 책장을 뒤져 찾아본 킹스 퀘스트 콜렉션 패키지



PS Plus 무료 라인업으로 에피소드 1 이 제공 되고 있기는 하나, 에피소드 2 가 이미 해외엔 제공이 되고 있음에도 국내 PS 스토어에선 접근이 불가능하다. 영문인 것은 둘째치고 현재 국내 주 유저층에게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킹스 퀘스트이기에 해외에서 무료 라인업에 들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국내에서도 라인업에 들었다는 것은 다소 의아스럽긴 했는데 에피소드 2 가 접근 불가능한 상태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후 에피소드들을 꼬박 챙겨 플레이하고 싶다면 국내에선 PC 의 Steam 을 통해서나 가능할 것 같고 시즌 종결 후 컴플리트 버전이 PS Store 에 제공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아마도 힘들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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