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4 개막에 맞춰 두가지 게임의 부분 실체가 드러나며 게이머들이 들썩였다. 오랜기간 베일에 가려졌던 엔씨의 비밀병기 리니지 이터널과 단서라고는 코드명밖에 없던 스마일 게이트의 로스트 아크. 핵 & 슬래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두 게임의 등장은 MMORPG, FPS 에서 AOS 로 넘어간 온라인 게임판의 대세가 핵&슬래쉬 기반의 액션 MMORPG 로 돌아올만한 흐름 변화의 여지를 상호간의 시너지를 통해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실망이 우선, 규모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 리니지 이터널


솔직히 리니지 이터널은 타이틀의 무게감에 비해 블레이드 & 소울 이후 엔씨의 주력 차기작이라고 보기엔 다소 실망인 것이 사실이다. 2011년 최초 공개 당시엔 그나마 프로토타입이라는 정황과 마우스 제스쳐라는 신규 시스템을 선보여 넓은 가능성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마우스 제스쳐는 사라지고 겉모습은 큰 변화가 없이 담담하게 정형적인 (이라 쓰고 디아블로의 그림자라 읽는다) 결과물이 유저들에게 선보여졌다. 캐릭터의 기술들은 다소 심심하고, 90년대부터 동장르에 존재해온 랜덤 맵을 마치 굉장히 혁신적인 리니지 이터널만의 시스템인양 별도의 영상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홍보하고 있는데.. 아이온을 지나 블레이드 & 소울의 공개 까지 엔씨가 보여준 신규 게임들의 매력 발산 지수를 고려하면 심심하기 그지 없었던 공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리니지 이터널이 가진 팬덤을 무시할 수 없으며, 엔씨 역시 남다른 무게감을 가진 타이틀을 이정도 대책없는 모습이 전부인 것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후술할 로스트 이터널의 갑작스런 등장은 엔씨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 잣대이자 엔씨의 앞날이 바빠져야 할 타당한 이유이기도 하다. 리니지 이터널 개발 기간만 따져 그간의 고민도 있을 것이고, 십수년간 국내 MMORPG 장르의 대들보 역할을 하며 쌓은 장르에 대한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리니지 이터널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하물며 액션 MMORPG 를 차기 온라인 게임판의 대세 장르로 점찍은 것은 엔씨가 아니던가. 사견을 달아보자면, 트레일러 상으로는 4인 파티 플레이가 리니지 이터널의 기획 방향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디아블로는 물론 도전자 로스트 아크까지 고려해도 대규모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액션 MMORPG 는 긍정적 방향을 제시한 사례가 적어도 현재까지는 없다 해도 무방하다. 애초에 디아블로 형태의 액션 RPG 를 새롭게 MMO 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면, 월드 필드와 경제가 존재한다는 구색맞추기 수준의 MMORPG 가 아닌 신나는 규모의 전투 정도는 엔씨가 제시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엔씨는 다른 제작사와는 달리 그정도는 해줘야 하는 제작사다.



적절한 혼합으로 차세대 액션 MMORPG 의 틀을 제시하는 로스트 아크


리니지 이터널이 실망이었다면, 스마일 게이트의 로스트 아크는 기대감으로 가득찬 의외의 복병이다. 크로스 파이어의 중국 런칭 성공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이 개발사는 업계 수준급 인재들을 꾸준히 흡입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왔음에도 마땅한 신규 게임이 없었으나, 로스트 아크의 공개와 함께 그간의 조용한 행보 기간동안 놀고 먹은 것이 아님을 단숨에 입증해버렸다. 




게임성 부분에서 로스트 아크가 가장 주목되는 것은 특정 스킬의 3단계에 뼈대 안에서 유저가 원하는 형태의 커스텀 셋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특정 영역에 하늘에서 내리는 원소 공격이 있다면, 원소 특성 선택에 따라 우박이 될 수도 있고 불 비가 될 수도 있으며, 최종 진화 형태가 확산형인지 집중형인지를 유저가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선택한 원소에 따른 특성이 결부되어 파괴력을 높일지 적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효과를 곁들일지가 갈라진다. 게임의 스킬을 쓰다보면 '이 스킬이 이런식으로 개조되면 어떨까?' 라는 갈증을 느껴본적이 한두번씩 있을 것이다. 로스트 아크는 부분적이나마 게임이 제공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이런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시각적으로 와닿는 플레이 필드의 연출 강화 그에 따른 무대의 확장, 오브젝트의 적극 활용 플레이는 로스트 아크 트레일러의 백미로 마치 기존 디아블로 3 를 위시로 한 핵 & 슬래쉬 게임이 언차티드 1 이었다면, 로스트 아크는 언차티드 2 로 환골탈태한 느낌이다. 


좀 더 오버하자면 퀘이크 3 와 하프 라이프의 차이랄까? 다만 이런 연출의 추가 요소가 너무 과해서는 또 안된다는 것이 스마일 게이트가 분명히 경계해야 할 점이다. 인던 리트라이 할 때마다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에서 무너져내리는 성의 위쪽으로 피신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을 생각하면 '멋진건 좋은데 참 힘드네' 라며 담배 한대를 물고 있는 내 모습의 광경이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스킬들의 모습들이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것까지는 좋은데, 실 게임 플레이에서 트레일러와 같은 형태로 시원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디펜스 게임도 아니고 적들이 이열종대 해쳐모여 유저에게 접근하는 친절한 상황은 그리 흔한 광경은 분명 아닐 것이다. 트레일러 상으로는 영역 지정이 로스트 아크 컨트롤의 포인트가 될 터인데, 빠른 진행의 액션 RPG 에서 이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세심하고 정확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사항이 될 것이다. 블리자드 사장 딸이 플레이한다는 법사가 와우 주 캐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필드에서 뒷치기 당하면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조용히 손을 떼고 경건한 술사의 마음을 되새겼던 나같은 발컨 플레이어들에겐 PvP 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것이요, PvE 조차 화려한데 몹에게 피해는 안가는 반박자 느린 허무한 그래픽 향연이 모니터에서 그려질까 다소 걱정이다. (나는 담배에 불을.. ) 



서두에서 상호간의 시너지를 언급했는데, 사실 까놓고보면 리니지 이터널은 실망 로스트 아크는 뜬금없는 축포인 것이 두 게임 공개 형상의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다만 핵 & 슬래쉬 액션 MMORPG 의 선제시를 한 것은 분명히 엔씨의 리니지 이터널이고, 스마일 게이트 내부적으로 그 영향을 받았건 안받았건 리니지 이터널의 존재 덕분에 로스트 아크가 더욱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본문에 자세히 언급되었지만, 이대로 엔씨가 가만히 있는다면 엔씨소프트라는 제작사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굉장히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운영력은 별도로 치부하자) 덧붙여 핵 & 슬래쉬라는 유전자에 집중해 바라본다면 IMC 게임즈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까지 흐름에 포함될 수도 있겠지만, 공개된 모습이나 무게감은 적어도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리니지 이터널과 로스트 아크가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헤게모니에 편입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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