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장 소리, 들려드리겠습니다.’ 라는 카피 문구와 함께 세상에 나타난 메탈기어 시리즈가 어느덧 약 30여년의 세월이 지나 사실상 시리즈의 종결을 맞이했다. 80년대 걸작으로 잠자던 메탈기어 시리즈는 비디오 게임계의 혁명이랄 수 있는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시대에 메탈기어 솔리드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여 20여년간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 아이콘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잡아 왔으며, 아쉽지만 그 끝이 다가온 것이다.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모 시즌의 부록으로 제공되었던 메탈기어 솔리드 데모 디스크를 접한 뒤 느꼈던 두근거리는 설레임은 개인적 게임 경험에 있어 단연 으뜸가는 반가움과 조바심의 기억으로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몇 달의 기다림 끝에 용산 전자 상가에서 수령한 본편 타이틀은 그 설레임의 감정을 배신하지 않았으며, 당연하게도 이후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언제나 구매 일순위의 프랜차이즈였다.





아쉽지만 메탈기어 솔리드 5 가 시리즈를 종결짓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은 제작 발표부터 세간에 잘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시리즈 종결이라는 결과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으나, 발매까지 있었던 게임 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시리즈의 종결 형태를 보여준 냉정한 현실의 작태는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그 현실이 타이틀 결과물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는 정황이 다수 확인되고 있는 만큼 시리즈의 팬으로써 느껴지는 안타까움이 결코 작지 않다차라리 메탈기어 솔리드 5 팬텀 페인이 플레이 방식에 논란이 있었던 전작과 같은 수준과 형태를 답습하는 게임이었다면 그 아쉬움이 좀 덜했겠건만, 소위 말하는 시리즈 역대급으로 잘 뽑힌 게임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외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마감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는 더욱 짙게 남는다.


빠져드는 게임 플레이, 더이상 영화바라기의 분출구가 아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가 스토리 묘사를 위해 상당한 분량의 인 게임 영상을 굉장히 자주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3편까지는 영화를 꿈꿨던 게임 디렉터가 영화적 영상 기법을 두루 차용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이 가끔씩 과하기는 했지만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였으나, 4편은 게임 플레이 시간의 대부분을 유저가 멍때리며 폴리곤 캐릭터의 복잡한 이야기들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고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에 중점을 두는 유저 뿐 아니라 시리즈 코어 팬에게도 다소 피곤함을 안겨주는 반작용이 일어났다. 이는 디렉터의 꿈을 엉뚱한데다 푸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악평까지이어졌는데..



팬텀 페인은 다르다. 게임 플레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플레이의 재미를 선사한다.


오픈 월드의 핵심 시스템을 차용한 팬텀 페인은 아프가니스탄과 중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커다란 통짜 무대를 제공하며, 여기에 주인공 베놈 스네이크가 우두머리로 있는 용병 집단의 본기지인 마더 베이스가 추가로 제공된다. 무대의 각 지역은 메인 혹은 사이드 미션으로 활용되는데, 미션 수락 - 파견 지점 선택 - 헬기로 이동 - 미션 수행 - 복귀 혹은 그대로 미션 수락 및 직접 이동을 통한 수행의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 각 무대의 세부 지역은 조그만 초소부터 폐허가 된 마을, 적 세력의 크고 작은 주둔지 등으로 이뤄져있으며, 이들 지역들간의 이동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헬기로만 이동하며 근처 포인트만 왔다갔다 할 수 있지만 말 혹은 지프나 트럭 등의 차량을 이용할 수도 있고, 소형 이족 보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는 걸어다니는 것도 가능하고. 아쉽게도 GTA 시리즈와 같이 공중 탈 것을 직접 조작하는 케이스는 없으나, 폭격 요청이나 헬기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다연발 미사일 차량이나 탱크, 장갑차 등을 소유하고 있다면 (혹은 현지 강탈해서) 이들을 직접 조정해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어쌔신 크리드 : 아프가니스탄



미션의 공간은 분명히 정해져있지만, 실제 미션 공간보다 보다 공간 설정이 넓게 설정되어 있고, 모든 미션 지역이 크게는 하나의 무대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보니 스타트 지점과 미션 구역이 명확하게 지정되어 있던 이전작들에 비해 보다 다양한 공략 루트를 가지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고, 유저가 게임이 제공하는 흐름대로만 미션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큰 무대를 배경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미션들을 유저의 선택에 따라 골라가며 플레이할 수 있는 자유도가 주어졌다. 사실 이전작들도 완벽하게 스크립트처럼 짷여있는 플레이를 제공하지는 않았기에 GTA 시리즈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등으로 대세 중 대세로 자리잡은 오픈 월드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설명이 될 듯 하다.



시초라기엔 좀 애매하지만 잠입 액션이라는 플레이 성격을 하나의 줄기로 자리잡게 한 시리즈이니만큼 팬텀 페인이 유저에게 요구하는 기본적 플레이 모토는 잠입이다. 미션 수행지 곳곳에 배치된 병사들 사이를 몰래 침투하여 이들 뒤에서 칼이나 총으로 심문을 통해 미션 진행을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역시 유유히 빠져나오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낮과 밤의 시간대에 따라 적의 시야는 물론 행동 패턴이 변경되며, 정찰조와 지역 지킴이 등 각자의 역할이 분배되어 있다. 개발진들은 적들의 행동 패턴과 AI 가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분명 간혹가다 의외의 루트로 유저의 후미를 급습해오는 케이스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경계 카메라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러 가는 병사는 길목 옆의 듬성듬성한 수풀에 단순히 엎드린 수준의 엄폐도 빠르게 지나쳐버리는 등 (이해하기에 따라서는 사실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전투태세가 아닌 경계태세 수준에서는 각 병사의 목적에 너무 충실한 패턴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다만 AI 가 유저의 패턴에 대응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는 분명하고 (특히나 오픈 월드 시스템에서는) 팬텀 페인이 보완책으로 내세운 첫번째는 미션 지역의 디자인이며, 제법 짜임새있게 잘 구성되어 있다. 물량으로 따지면 사실 압도적이지 않지만 지역과 지역 사이의 적병들의 배치라던가 역할 분배, 지형 지물 요소들을 유저의 잠입을 마냥 만만하게 구성해놓지 않았으며, 전투태세가 발생하면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지원 병력이나 막사 내 숨어있던 병사들은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들의 협동 공세가 단순하고 만만하지가 않다. 물론 유저의 취향에 따라 일 대 다 전면전을 기본 방침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잠입을 주된 모토로 끌고가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잠입 시 어떤 루트로 공략을 하든 저 사이를 어떻게 요리조리 피해갈까에 대한 고민과 이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도록 잘 짷여져 있다. 또한 잠입 게임이라곤 하나 마냥 잠입만 한다면 다소 피로함이 느껴지기 쉬운데, 중간 중간 화끈하게 치고 박거나 치고 빠지는 형태의 미션을 제공하여 유저의 플레이를 감안한 미션의 구성은 잠입을 모토로 이것 저것을 섞어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적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오픈 월드 게임이 줄 수 있는 다채로운 컨텐츠의 가능성 (혹은 GTA 라는 게임이 제공했던 전례) 을 고려하면 시나리오 미션 40여개, 사이드 미션 100여개의 성격이나 프리 모드로 유저가 취할 수 있는 행동 패턴은 잠입, 전투, 수집으로 제한되기에 GTA 와 같이 이것 저것 다 해보는 플레이를 원한다면 팬텀 페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액션이라는 형태로 잘 짷여진 퍼즐 게임을 끝없이 풀어가는 즐거움이라면 팬텀 페인이 제공하는 경험은 그야말로 최상급이다.


콰이어트로 존재하는 버디 시스템, 잠입 시스템과의 궁합은 좋지만 퀄리티가 아쉬운 수집 요소


팬텀 페인의 미션 진행은 스네이크의 행동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본부 인원들은 거의 지원일 뿐이지만, 버디라는 요소를 통해 스네이크의 미션 진행 현장의 도우미를 선택해 따라붙일 수 있다. 버디의 핵심은 시나리오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전라의 초인 스나이퍼 콰이어트이며, 콰이어트 외 이족 보행기나 애완견, 말 등이 이에 포함된다. 버디들은 현장에서 스네이크가 미션 진행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적들의 위치나 아이템의 위치를 탐색해주거나 콰이어트의 경우 후방에서 저격을 통해 보다 직접적인 지원을 해준다. 사물인 이족 보행기를 제외한 버디들은 친밀도에 따라 버디 자발적인 지원 외 스네이크가 직접 지시할 수 있는 지원 행동들이 늘어나기에 미션을 동행하는 버디와의 관계에따라 공략 전략을 다르게 짤 수할 수 있다. 



팬텀 페인은 시리즈의 직전 외전 (넘버링만 안붙었다 뿐이지 메인편이나 다름없는) 피스 워커가 채용했던 기지 발전 시스템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유저는 용병들의 터전인 마더 베이스를 인적 물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으며, 마더 베이스의 발전도에 따라 기술 개발을 통해 신무기를 사용한다거나 미션 수행 중 제공받는 본부로부터의 지원의 수준을 높이는 등의 잠임 플레이의 전략 폭을 넓혀갈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이 유저에게 제공하는 재미의 핵심은 인적 자원 수집이다.



이런 녀석들을 보쌈하는게 목표


스네이크는 각종 미션을 수행 중 잠입을 통해 수많은 적 병사들과 맞닥들이게 되는데, 이들을 무력화시킨 뒤 풍선에 대롱대롱 매달아 (...) 마더 베이스로 보낸버리는 플톤 장치로 마더 베이스의 일원을 받아들 일 수 있다. 각 병사들은 각 병과의 능력 속성이 붙어있는데, 능력이 높은 병사를 마더 베이스로 받아들이면 마더 베이스의 발전도가 높아지고, 그 혜택은 유저에게 돌아간다. 이런 강제 징병(?) 시스템은 부대를 발전시켜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한으로 인한 유저의 목적과 조용하게 잠입해 쓸어버리는 잠입 게임의 정체성과 맞물려 유저의 플레이 양식을 자연스럽게 잠입으로 몰고가는 제한적 장치 역할을 담당 하며 목적과 보상 (이라 쓰고 필수불가결한) 이 분명하다니 굉장히 좋은 궁합을 보여주며, 다른 게임의 디렉터들에 비해 존재감이나 인지도가 높은 게임의 디렉터가 자신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수집을 부추기는 면이 분명 존재한다.




적병을 보쌈하여 마더 베이스의 발전도가 올라가는 것 외의 부가적인 이득은 미션의 진행을 동화된 부대원을 지정하여 수행할 수 있다는 것과 마더 베이스에서 이들의 잡담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있지만 수집을 골자로 하는 시스템이 줄 수 있는 보상치고는 사실 빈약한 수준이다. 특별히 수치적 존재 이유 외 이들이 게임 내에서 목소리를 낸다거나 자아를 표출하는 부분이 전혀 없어 삭막하고 심심한 수집 시스템이라 느껴지기 쉽다. 그런 수준임에도 유저가 특별히 애착이 가는 병사가 있다 한들, 마더 베이스에 돌아다니는 병사들은 단지 시스템이 마음대로 일부만 배치한 병사들이다보니 애착 병사를 찾아가 유저 혼자만의 놀이꺼리를 행하기도 어렵다. 하다못해 코지마 본인 캐릭터라도 뭔가 특별한 요소를 넣었다면 좋았을텐데. 이 최고의 궁합이 팬텀 페인에서 처음 다룬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 쉽게 현재의 효과에만 안주한 것 아닌가 싶다.


더불어 마더 베이스가 제공하는 컨텐츠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미션의 무대가 되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의 구성이 전장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백번 이해가 가나, 마더 베이스는 좀 더 특별한 컨텐츠를 수록할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잡담 외에는 별다른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더 베이스의 관리는 주로 이동 수단인 헬기나 미션 수행 중에도 통신기를 통해 할 수 있다보니 (쓸데없이 드넓은 마더 베이스를 돌아다니게 하지 않은 것은 분명 장점이고 바람직하지만) 마더 베이스의 존재감이 굉장히 약해서 스토리 진행이나 돌발 이벤트를 거쳐가는 장소일 뿐이어서, 발전에 따라 규모가 확장되어 가는 마더 베이스를 보더라도 별다른 감흥이 생기질 않는다.


싱글 플레이 유저들에겐 존재감없는 마더 베이스


마더 베이스의 존재감이 약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긴 한데, 그 이유란 멀티 플레이의 무대가 마더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팬텀 페인의 멀티플레이는 유저들간의 마더 베이스를 침투하여 자원이나 병사를 빼오는 형태로 제공된다. 멀티 플레이의 무대 자체가 마더 베이스인 만큼 멀티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마더 메이스가 분명한 무대로 인식될만 하지만, 싱글 플레이를 위주로 즐기는 유저에게는 쓸데없이 드넓은 해상 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픈 월드를 내세운 팬텀 페인이니만큼 싱글 플레이부분에서 마더 베이스를 통해 시리즈의 성격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부족하게나마 체워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대기 순회의 아쉬운 마침표


메탈기어 연대기 시작의 시대적 배경은 냉전이 종결된 후의 90년대였으며 솔리드 스네이크를 중심으로한 시리즈의 연대기는 2010년대까지 이어지며 일단락 되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쭉 이어가던 연대기는 3편을 통해 잠시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는 연대기의 종결을 위한 배경 설명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고, 어찌 보면 쌩뚱 맞았던 이 3편의 이야기 덕분에 연대기의 내막을 느슨하게 뒤집어버려 시리즈 팬들에게 반전적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4편으로 마무리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이후 몇차례 발매된 외전들이 메탈기어 솔리드 3편과 메탈기어 1편 사이의 시대들을 차례로 그리면서 프리퀄의 형태로 연대기를 순회해왔으며, 메탈기어 솔리드 5 팬텀 페인은 메탈기어 1의 바로 직전 시대인 80년대의 이야기를 담아 연대기 순회의 마침표를 찍으며 시리즈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된다.



메탈기어 시리즈가 오랜 세월 굵은 존재감을 꾸준히 낼 수 있었던 것은 게임의 재미와 더불어 매력적인 세계관의 역할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특히 3편으로 빅보스의 스토리인 프리퀄이 가미되면서 시리즈는 연대기를 순회하기 시작했으며, 팬텀 페인은 그 연대기 순환의 종착역이자 많은 부분이 풀려야할 작품으로 기대감이 컸었다. 팬텀 페인 역시 인 게임 시네마틱으로 핵심 스토리는 전달하고자 하지만 그 비중이 대폭 줄었으며 보다 상세한 내막 이야기는 유저가 원할 때마다 들을 수 있는 (심지어 미션 중에도) 보이스 클립들로 이야기의 전달을 대체하고 있다. 게임의 흐름이 과도하게 끊겼던 4편보다야 확실히 게임 자체가 쾌적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플레이 타임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전작들에 비해서도 인 게임 시네마틱의 비중이 적어진 편이라 인 게임 시네마틱을 좋아하던 유저에겐 다소 허전한 감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팬텀 페인은 시리즈의 스토리 결말의 기대감을 채우기엔 부족하며 팬텀 페인 자체만 잘라놓고 봐도 이야기의 결말이 시원치가 않다. 


이는 결말의 방향성의 문제가 아닌 흐름의 문제다. 두 개의 챕터로 나뉜 팬텀 페인의 이야기는 유저의 주 적인 스컬 페이스와의 대립을 다룬 챕터와 결말 이후 대립 후 살아남은 이들에게 나타난 영향성을 다루는 챕터로 구분지을 수 있다. 스컬 페이스와의 대립을 다룬 챕터가 나름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이전작들까지와는 달리 다소 맥없이 담백하게 매듭지어진다는 것이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들을 구해다가 양념장까지 잘 다져서 찌개를 끓인다면 이제 막 끓기 시작할 때 먹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찌개라면 본디 보골보골 충분히 끓여 먹어야 제 맛인데 말이다. 2편이나 4편이 시나리오적으로 너무 끓여댔던게 문제라면 팬텀 페인은 덜 끓인 느낌으로 주 적과의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 부분이 다소 부족하달까.


 

그렇다고 후반부 챕터에서 담백하게 (메탈기어 시리즈에게 담백함이란 곧 싱거움을 의미한다) 끝나버린 전반 챕터의 부족함을 채워주는가 하면, 산만한 이야기의 전개에 새로운 밑밥만 던진다던가 게임 전체 이야기의 핵심 축을 너무 가볍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고 있다. 시리즈 전체적으로 볼 때 팬텀 페인의 위치는 모든걸 풀어나가야 하는 위치여야 함에도 프리퀄이기에 반드시 갖춰야 할 "그랬었다." 는 과거의 결말만 어줍잖게 갖추고 있을 뿐 세세한 내막은 오히려 새로운 의문의 연속일 뿐인 것이 문제다.


계속 유지되어야 할 시리즈의 숙명으로 봐주기엔 현재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제공자 코나미의 의지가 이미 바닥이 난 것이 여러모로 확인이 되고 있으며,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일부 중요 미션의 배치 구성이나 이야기의 구성, 결정적으로 디렉터가 암시하는 코멘트들을 종합적으로 유추해 볼 때 팬텀 페인은 본래 구성된 이야기들이 모두 구현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결과물을 위해 미완 부분이 어줍잖게 짜집기되어 마무리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런 일이야 어른들의 사정에 의한 현실 세계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달가운 일이 아니기도 하며, 발매 후에도 디렉터와 끝난 사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갖추지 않는 코나미의 작태까지 더한다면 한층 더 베베꼬인 시선이 향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시대를 풍미한 시리즈이자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팬텀 페인 개별적 입장에서도 스토리 부분에서 이런식의 아쉬운 마감을 하게된 것은 정말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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