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E3 2009 가 XBOX360 을 내세운 MS 의 컨퍼런스로 개막되었다. 뒤돌아보면 MS 는 매년 E3 를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 행사에서 그리 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손해라고 볼 것도 없는 아주 노멀하면서도 XBOX360 만의 이미지는 유지시키는 실리적인 행사를 치뤄왔는데 (시각을 달리하면 2006년 이후 닌텐도의 급상승과 소니의 몰락속에 끼여 눈에 띄지 않는?), 이번 E3 2009 는 사정이 달라졌다. E3 2009 의 개막을 연 MS 는 평소와 마찬가지의 대작 게임들 소개와 더불어 프로젝트 나탈 (Project Natal) 이라는 게임 컨트롤러의 한단계 더 발전된 형태를 선보였기에.




프로젝트 나탈은 유저 전방에 설치된 캡쳐 카메라를 통해 유저가 별도의 컨트롤러를 손으로 조작할 필요 없이 온몸의 움직임과 음성을 통해 게임을 컨트롤하게 해주는 XBOX360 의 새로운 주변기기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게임 속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고 발차기 동작이나 자동차 핸들 조작 등 여러가지 캐릭터의 컨트롤이 모두 유저의 동작을 감지 카메라가 잡아내 게임을 진행시키고 있다.

전방의 센서 카메라 외엔 전혀 컨트롤러가 필요 없이 모든 게임 동작을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의 톰 크루즈가 손짓으로 화면을 제어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밖에도 유저의 사물 모양을 캡쳐해서 게임 속에 등장시키거나 유저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 가상 드레싱 룸을 꾸미는 모습은 나탈이 게임 외 다방면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음성 인식 기능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아래의 동영상을 보자.



이 영상은 프로젝트 나탈과 함께 공개된 피터 몰리뉴의 마일로 테크 데모인데, 마일로란 게임 캐릭터와 유저가 전혀 막힘 없이 대화를 하고 물건을 주고 받으며 상호 교류를 하고 있음이 보여진다. (물론 데모 시연을 위해 철저히 준비된 것이겠지만) 이 데모를 통해 나탈의 음성 인식 기능은 충분히 게임 속에서 다양한 표현들을 정확히 집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

E3 의 MS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프로젝트 나탈의 모습은 여기까지며 현재로썬 정확한 출시 시기도 출시 가격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닌텐도가 E3 2006 과 함께 공개한 Wii 의 모션 센스 리모컨 컨트롤과 2007년 선보인 Wiifit 으로 이룩한 모션 센스 컨트롤의 세계를 한단계 진화시킨 형태라는 것. 프로젝트 나탈의 홍보 영상을 보면 마치 2006년의 Wii 홍보 영상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화면의 구성과 내용이 비슷하다. 닌텐도의 급부상과 함께 상대적으로 몰락한 것은 소니인데 오히려 이를 갈아온건 MS 였다니. (소니의 육축 컨트롤러 이야긴 가치도 없으니 생략)

단, 프로젝트 나탈이 분명 진화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몇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비 영어권 국가의 유저로써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 음성 인식. 이 음성 인식 기능이 게임에서 다방면 활용된다면 한국을 포함한 비 영어권 국가를 위한 버전은 얼마나 신속하게 준비될 것인지와 과연 발매 될 수나 있을것인지에 대한 걱정. 국내의 경우 지금도 유통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현지 언어 그대로 발매되고 있는데 현지화에 더 큰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음성 인식 게임들이 현지화돼서 발매되길 기대하긴 어렵다. 더군다나 텍스트에 더하여 음성 추가로 인한 언어의 장벽이 더 커질테니 기껏 나온 신 기술의 게임을 구경도 못해보는건 아닌가 걱정이다.

둘째로 현재 공개된 데모만으로는 모션의 강약을 얼마나 잘 캐치해낼 수 있을지가 약간 의문이다. 마일로의 영상을 보면 물속에 손을 빠르게 담그나 살짝 담그나 반응하는 영상의 모습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모션의 크고 작음 뿐 아니라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야 실제 게임들에서 보다 실감나는 컨트롤러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Wii 의 경우 컨트롤러의 이동 속도 감지로 이를 캐치해내지만 나탈은 기준점 없이 유저의 모션 캡쳐만으로 얼마나 미세한 동작을 캐치해낼 수 있을지 마일로의 영상만을 봐서는 약간 걱정이 앞선다.

마지막으로 과연 이 기술이 얼마나 유용하게 XBOX360 진영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냐인데, XBOX360 의 현 위치는 고전적인 게임 형태를 하이엔드 측면으로 보여주는 게임기의 위치다. 거기에 프로젝트 나탈을 결합시켜 현재 닌텐도 Wii 가 독보적으로 차지하는 캐주얼 측면의 시장까지 흡수하려는 의도인데 위모트가 기본 탑재된 Wii 와 그 Wii 보다 비싼 본체 + 프로젝트 나탈 의 가격까지 고려해야하는 XBOX360 이 이미 엄청나게 보급된 Wii 의 타겟층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또한 제작사 측면에서도 나탈을 이용한 신기술을 위한 편리한 제작툴과 지원이 얼마나 될 것이며 이를 활용할 의지가 있을 것인가의 측면. 자칫하면 닌텐도가 그나마 팔리는 게임은 모두 제작하고 있는 Wii 보다도 못한 나탈 활용 소프트의 비율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MS 가 프로젝트 나탈을 공개한 것은 현세대에서의 승부보다는 닌텐도를 견제할 기술 확보와 차세대를 위한 발판의 역할이 더 크겠지만.


컨퍼런스 전 닌텐도 부스 전경

올해 E3 의 포문은 MS 의 멋진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분명 놀랍고 박수를 쳐줄만한 기술이 선보여진 것은 분명한데, 아직 MS 킹왕짱을 부르짓기는 이르다. 몇시간 뒤 소니와 닌텐도의 컨퍼런스가 시작될 것이며 분명 벙찐 모습으로 E3 를 준비했을 소니와 닌텐도가 아니기에. (닌텐도의 부스는 현재 천막으로 뭔가가 가려져있다고 한다.) 컨트롤러의 혁명을 가져왔던 닌텐도가 그것을 진화시킨 형태의 프로젝트 나탈에게 어떤 반격을 할지, 역시 모션 센스 컨트롤러를 준비해왔다는 루머가 있는 소니는 어떨지. 어쨌든 덕분에 E3 2009 가 흥미진진해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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