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로 스타 개발사로 거듭난 데브캣 스튜디오가 요즘 참 바쁠 듯 하다. 메인으로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오픈 베타 시기 조율로 정신없을 것이고, 서브로는 자사의 또다른 게임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오픈 베타를 지난 11일부터 실시하며 첫 출사표를 던졌다. 얄궂게도 마비노기 영웅전이 마비노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표출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오히려 허스키 익스프레스가 마비노기의 분위기를 표출하고 있다.



전투요소가 완전 배제된 평화의 RPG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사실 주변에서 보기는 쉽지 않은 시베리안 허스키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이다. 유저의 아바타 캐릭터는 친구의 소개로 얼떨결에 보이는 것이라곤 눈밖에 없는 다난 지역으로 이주를 하게되고, 생업으로 머셔라 불리는 개썰매 운전수란 직업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현지인들의 지도를 받아 머셔 업무들을 익혀가던 주인공은 뜬금없게도 지역의 저명한 인사들의 음모(?)에 의해 당대 최고 머셔의 후계자로 지목받아 최고 머셔라는 인물이 남긴 단서들을 찾아 나서는 계기가 되고, 다난은 왜 이토록 폭설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 되었는가? 에 대한 의문을 조금씩 파해쳐가며 점차 다난에서의 입지가 다져져 간다. 이런 기본 이야기의 흐름은 시작부터 매우 어설프게 이어져 유저에게 스토리의 사명감과 당위성을 부여하기엔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타 MMORPG 와 허스키 익스프레스의 가장 분명한 차이점은 전투가 없다는 것이다. 세상을 위협하는 악의 세력 따위가 배경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편지 배달이나 재료 조달, 화물 운송 등의 머셔 업무 수행을 행하며 경험치를 쌓으며 레벨업을 하고, 그 와중에 메인 스토리가 진행된다. 유저가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은 지역과 지역을 구성하는 마을들, 마을 앞 갈림길,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는 필드로 나뉘어지고, 필드와 갈림길에선 개썰매로 이동하다 주요 포인트에서만 캐릭터가 볼일을 보기 위해 썰매에서 내려 일을 보고 다시 썰매로 이동하는 구조를 가진다. 마을엔 교역소를 비롯한 기능성 장소들과 메인 스토리, 퀘스트 진행을 위한 NPC 들이 자리잡고 있다. 쉽게 대항해시대로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대륙 (문화권) 은 지역, 항구는 마을, 갈림길은 도시 외곽, 필드는 바다의 역할을 각각 하는 셈이다. 전반적인 유저의 행동 패턴도 대항해시대의 모험이나 교역과 흡사해 클베때부터 개항해시대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한다. 캐릭터의 레벨은 통합 레벨이 아닌 모험, 지식, 기술 세가지로 분리되어 있으며, 전투 요소가 없다보니 퀘스트 완료나 교역소를 통한 이익 창출, 개썰매의 운전 시간등을 고려하여 각 레벨의 경험치가 상승된다. 또한 썰매를 끄는 개들 역시 레벨이 따로 부여되어 주인공의 행동 결과에 따라 경험치를 지급받는다. 각 레벨은 플레이 중 필요한 스킬의 습득 제한 뿐 아니라 교역소에서의 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다른 아이템들과 달리 주인공의 총이자 검이랄 수 있는 썰매 본체는 아직까지는 퀘스트 보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것들로 제한되어 있고, 개썰매 라이센스의 등급은 썰매를 몰 수 있는 썰매 개들의 최대 수용원을 늘릴 수 있다. 추운 날씨의 지방인만큼 썰매에 장착된 히터를 항상 충전하고 다니지 않으면 조난을 당할 수 있으며, 썰매를 모는 주체인 썰매개들의 체력 안배도 신경을 써야한다. 베타 수준이라 그런지 기획 의도 자체가 그런지 라이센스 업그레이드나 차체의 교체에도 개썰매의 속도감은 이 게임의 재미 요소가 아니다. 또한 자동 이동 키가 없어 유저가 항상 전진 키를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돈 벌이의 큰 영역을 차지하는 교역은 게임의 메인 컨텐츠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각 마을은 주요 특산품이 정해져 있고 특산품의 최대 재고량이 정해져 있어 타 유저와의 경쟁을 통해 재고를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 재고가 바닥나면 해당 품목이 다시 매대에 올라오는 생산 쿨타임이 존재한다. 매물 퀄리티를 체크하는 감정 스킬을 사용하면 매대에 올라온 품목의 등급을 판별해내어 좋은 매물을 골라 구매할 수 있지만, 재고 확보도 힘든 무한 경쟁 상황에서 감정 스킬을 시전(?)할 시간적 여유따위는 없다. 오로지 클릭질만이 살 길.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시세라는 개념이 없이 이벤트성 반짝 변화를 제외하면 마을마다 품목의 판매 가격과 매입 가격이 마을마다 항상 같은 가격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교역이 메인 컨텐츠라면 패키지 게임들도 시세라는 것이 당연히 존재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무슨 깡으로 내놓은 것일까. 

온라인 게임인가 패키지 게임인가?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휘황찬란하진 않지만 깔끔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래픽 표현과 개썰매라는 특이한 소재를 적극 활용한 초반 연출들로 유저들에게 어필하려는 노력이 엿인다. 유저와 언제나 함께 할 동료이자 애완견의 역할도 하는 썰매개의 탄생부터 유대감 쌓기 놀이 등 유저에게 육성 시뮬레이션 적 요소를 기대하게끔 자극하는 흐뭇한 연출이 초반을 장식하고 이는 제법 효과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거기서 끝. 유저가 머셔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부턴 썰매개들은 어디까지나 썰매를 끄는 동력에 불과할 뿐 개와 유저간의 교류 따윈 없다. 앉아, 일어서 와 같은 명령어도 극히 일부에다 기능도 단순해 공허할 뿐. 어떻게든 덜 먹이고 효율적으로 썰매 유지비를 줄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이 게임의 현실이다.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특별한 종을 게임 속에서 함께 하며 애완견과의 교감 재미를 기대했던 유저라면 적어도 오픈 베타 현 단계에선 꿈도 희망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젖물려주기 게임도


사실 교감의 실패보다 더 큰 허스티 익스프레스의 딜레마는 이 게임을 과연 온라인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다. 진행 중 파티 플레이를 할 건덕지가 전혀 없으며, 유저간 교류를 위한 시스템 역시 거의 전무하다. 채집 시스템을 통해 재료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거래해볼까 싶은 생각도 있지만, 생산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아 유저들간 재료를 거래할 일도 없고 교육품 시세도 고정이라 경험치를 위해 싸게 매입한 교역품을 유저로부터 살 일도 없다. 그렇다고 커뮤니티 지향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하, 호호 로 대표되는 소셜 모션 기능도 지원하지 않고 그 흔한 길드 시스템 마저 없다. 마치 온라인 서버를 통해 가상 공간을 공유는 하지만 플레이는 유저 각자가 혼자만의 진행을 하는 매우 레벨업이 힘든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기분이다. 다른 유저는 그저 이동 AI 가 뛰어난 NPC 일 뿐. 백보 천보 양보해서 넓은 온라인 공간에서 혼자라도 재미있게 즐길 요소가 잘 준비되어 있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눈내리는 설원을 배경으로 한 개썰매라는 이동 수단의 참신함은 초기엔 그나마 색다른 재미를 주고는 있으나, 어차피 탈 것이라는 이동 수단 자체가 최초도 아니니 그 참신함에 대한 적응은 너무 빨리 이뤄지고, 그리고 끝이다. 전투 요소가 없는 게임의 특성이자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부름 퀘스트를 반복 진행하다보면 평화로운 세상 = 지겹고 고된 먹고 살기 힘든 삶의 챗바퀴라는 허망함이 몰려온다고 할까. 그나마 유저들이 찾아낸 혼자 놀기의 즐거움 요소가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 찍기 정도인데, 사진첩의 갯수가 관련 퀘스트 수행하기도 벅찰 정도로 제한되어 있는데다 월드 자체가 다양한 배경을 선사하지도 못하니 그 재미 요소의 한계도 쉽게 찾아온다.


일반적으로 전투가 시스템의 메인인 게임들에서도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낚시나 즐기고 잔재미 시스템 요소들 속에서 게임의 재미를 찾는 유저들이 의외로 많다. 허스키 익스프레스는 바로 이런 유저들이 지금까지의 게임들 속에서 느꼈던 재미를 보다 폭넓고 깊게 제공해야 할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훨씬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 게임의 정체성을 과연 어디다 둬야 할 지 난감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마비노기로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영역을 이뤘다고 평가받는 데브캣의 결과물이 이모양이라는 것도 나름 충격이라면 충격. 기본 골격이 나쁘진 않지만 컨텐츠가 너무 부실하여 아직 오픈 베타로 나와선 안되는 게임이었다.



Good
개썰매라는 특이한 소재
깔끔하고 따뜻한 무리 없는 그래픽 표현
매우 친절한 튜토리얼 기능

Bad
특이한 소재의 장점을 활용한 재미 요소가 없다.
지루하고 단순한 퀘스트의 반복
전투 요소가 배제된 부분을 메꾸는 대체 요소가 없다.
커뮤니티성의 부재. 온라인 게임인지 패키지 게임인지.

게임명 : 허스키 익스프레스
장   르 : MMORPG
개발사 : 데브캣 스튜디오
유통사 : 넥슨
플랫폼 : 온라인 게임 (넥슨 닷 컴)
발매일 : 오픈 베타 - 2009. 08. 11.
공식 홈페이지 : http://husky.nexon.com/

평가 :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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