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것이 전쟁이며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으로 몸삻이를 하는 곳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전쟁이라는 소재는 매우 다이나믹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영화나 소설,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소재로 활용되며 큰 인기를 누려오고 있으며, 게임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역시 전쟁을 소내로 한 FPS 게임 시리즈로 많은 유저들의 성원을 받아왔다.


최근 발매된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는 시리즈의 6번째 게임으로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의 직계 후속작이다. 시리즈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가 개발한 모던 워페어 2 는 올해 발매될 게임 중 유저들에게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아왔으며 그 기대가 반영되어 발매 직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게임 흥행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현대전을 소재로 한 극한의 전쟁 엔터테인먼트

모던 워페어 2 는 제목 그대로 현대전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게임이다. 지난 콜 오브 듀티 4 의 직계 후속작인만큼 스토리 역시 전작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후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으며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소프 병장이 대위가 되어 유저가 플레이하게 될 인물들의 임무들을 함께 하게 된다. 전작에서 러시아 국수주의자 자카예프의 죽음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전 분위기는 다소 진정되어 5년의 시간이 흘렀으나 그 시간동안 자카예프를 계기로 국수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진 러시아에서 일어난 공항 테러 사건을 기점으로 결국 러시아는 미국의 본토까지 침공하게되고 버지니아주를 넘어 미국의 심장 수도 워싱턴과 백악관마저 전쟁의 무대로 활용된다. 너무나 쉽고 순식간에 본토 침공을 허락한 미국의 수세엔 음모와 사정이 있으며 유저는 전쟁통이 된 미국의 수도를 수복하고 그 음모를 파헤치는 다이나믹하고 빠른 전개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싱글 캠페인은 총 3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보통 난이도로 플레이할 시 약 6시간 정도의 짧은 분량을 가진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다이나믹하다 말씀드렸는데, 그만큼 캠페인이 빨리 끝나는 아쉬움이 있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스토리가 '어랏? 끝?' 라는 의문과 함께 끝나버린다. 대놓고 후속작이 나올 것이란 찝찝한 암시와 함께. 짧은 캠페인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전작들로부터 매번 지적되어온 사항인데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는 이를 고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짧은 분량의 캠페인동안 게임이 유저에게 선사하는 재미와 즐거움은 보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볼 수 있다.


모던 워페어 2 의 캠페인 구성은 전작 모던 워페어의 전개 방식과 일치한다. 지루한 로딩 시간을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볼법한 멋진 브리핑 화면으로 꾸미고 있어 유저의 볼거리를 제공해주며, 이 브리핑은 유저에게 자신이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된듯한 사명감을 고취시켜 준다. 본격적인 플레이에 돌입한 유저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표현된 게임의 세계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요원의 역할을 맡는다. 모던 워페어 2 캠페인의 장점은 단순히 FPS 게임이라는 이유로 총질에만 플레이 재미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아니라 총질의 재미 속에 영화와 같은 각종 연출과 유저의 다양한 액션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며 지금까지의 어떤 FPS 게임보다도 연출과 액션이 훨씬 잘 짜여져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유저는 아수라장인 전장의 한복판에서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지나는 고전적 상황부터 시작해 스노우모빌등을 통한 스피디하면서 위험한 레이스를 체험할 수도 있으며 잠입, 암벽등반, 죽음 직전의 절박한 포복, 적진 한가운데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숨막히게 도주해야 하는 장면 등을 통해 다양한 액션과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이 액션들의 컨트롤들이 마우스와 키보드의 다양한 키들을 활용해 보다 유저 액션의 간접 체험도를 높히도록 디자인되었으며 스케일이 다른 다양하고 현장감이 넘치는 무대의 제공은 유저를 감탄케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다양한 액션과 상황들이 꽉 짜여진 의도된 연출과 결합되면서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다이나믹한 스토리 속 반전과 함께 유저는 쉴틈없이 다양한 상황과 무대, 액션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에 걸맞는 깜짝 연출들로 보는 눈이 즐겁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플레이 연출 측면에서 상황 역할이 끝나면 맥이 끊기게 마련이지만 모던 워페어 2 는 흐름의 맥이 끊김 없이 다양한 상황들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출되고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전작에서도 연출의 부각은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전작까지는 의도적이고 순차적으로 주어지는 상황 제시와 액션 패턴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에 비해 모던 워페어 2 는 상황 제시와 조작, 그에 따른 연출의 흐름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는 재미' 의 잘 만들어진 영화의 장점과 함께 게임이란 유저 참여형 장르의 장점을 살려 보다 현장감이 살아넘치는 극한의 전쟁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이번엔 포격 미션이다! 라고 해서 포격 몇번 때려주고 미션이 끝나는 것이 아닌 미션 속에서 급박한 상황의 포격과 돌격의 임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 플레이 흐름을 끊고 삽입되는 컷 씬이 아닌 유저의 플레이 상태에서 연출되는 모던 워페어 2 의 재미는 분명 정점에 있다고 할만하다. 다만 멋진 상황과 장면의 연출에 치중되어 스토리 전달을 위한 장치들은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이다.


대작이기에 더더욱 피하지 못할 비난 요소들

모던 워페어 시리즈는 초기작부터 큰 성공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잡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직계 전작 모던 웨페어의 경우 유저가 직접 조작했던 한 병사가 핵폭탄이 떨어진 전장에서 처절하게 죽어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장면이 이래저래 큰 이슈였고 그 임팩트 덕분에 유저들의 호응도 얻었지만 적지않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모던 워페어 2 역시 그런 비난의 여론을 면치 못할 장면이 존재한다. 여전히 게임 전개에서 핵무기는 빵빵터지며 중요 소재로 다뤄지고 있지만, 그에 관련 장면은 아니고 문제의 장면은 러시아 공항의 테러 장면 시나리오다. 발매전 여러 트레일러를 통해서도 공개된바가 있는 러시아 공항 테러 수행미션은 유저가 직접 공항의 민간인들을 무차별 학살하도록 꾸며져 있으며 스토리상의 의미가 어찌되었던 굳이 유저의 컨트롤 아래 연출할 이유는 없던 미션이다. 애초에 이런 유형의 무차별 폭력성을 위한 게임도 아닌 모던 워페어 2 쯤 되는 대작 게임이 안그래도 폭력성이란 사안에 대해 자주 공격당하는 게임이란 미디어의 약점을 아무런 고민없이 자극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것은 좀 유감이랄까? 하물며 전작의 핵폭발 장면에 대한 비난을 이미 겪은바 있는 시리즈임에도 말이다.


둘째는 앞서 이야기한 부분의 연장선이지만, 모던 워페어 2 는 미래의 SF 배경이나 2차 대전과 같은 미래형 혹은 과거형 이야기가 아닌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 게임이다. 아무리 가상의 시나리오라지만 소재가 대 테러와 같은 명분이 뚜렷한 상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국가와 국가의 전면전까지 다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기도 하다. 전쟁의 무대가 미국으로 그려졌다는 일종의 방어막을 치고는 있습니다만, 그 기반의 시나리오적 문제는 당사자국의 유저들 뿐 아니라 타국의 유저들에게 이래저래 의식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모던 워페어 2 는 앞서 말씀드린 자극적이고 화려한 연출에는 신경을 썼지만 그 민감한 배경에 대한 고민과 책임에 대한 노력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게임에서 자주 언급되는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는 대사같은 애매모호한 장치로는 많이 부족하다. 덕분에 러시아에서는 보이콧 사태를 맞았고, 결국 공항 테러 미션을 삭제한체로 발매한다고 한다. 혹시라도 북한과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의 가상 미래가 앞으로 이런식으로 그려진다고 가정하면 과연 유쾌할까?


게임의 영화적 연출과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극대화에 있어서 모던 워페어 2 는 분명 발전을 이룬 게임입니다만 반면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좋은 소리를 듣기는 어렵다. FPS 나 TPS 와 같은 슈터 게임에서 이젠 거의 일반화된 엄폐 동작이 모던 워페어 2 에선 제공되지 않으며 빼꼼히 살펴보기와 같은 과거부터 있던 동작도 제공되지 않는다. 총기의 정조준과 같은 개념을 도입하는 등 과거의 시리즈들이 시스템적으로도 발전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에 비해선 다소 실망적인 부분이다. 현재의 모던 워페어 2 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즐거움을 제공해주고는 있지만, 위와 같은 시스템을 활용했더라면 단순히 제한된 동작의 불편함을 넘어 게임의 최대 장점인 연출적 측면에서 보다 다양하고 멋진 장면의 연출이 가능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협동과 경쟁이 공존하는 멀티플레이

모던 워페어 2 는 싱글플레이가 짧은만큼 멀티플레이에서 소위 말해 뽕을 뽑아야한다. 모던 워페어 2 가 제공하는 멀티플레이 환경은 싱글 플레이에서 펼쳐졌던 미션들을 재구성한 임무들을 타 유저와 협력하여 기록 갱신을 목표로 하는 협동 모드와 FPS 게임의 일반적인 멀티플레이 모드인 유저간의 경쟁 모드로 나뉜다. PC버전의 경우 경쟁 모드는 다수의 랜덤 유저와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나 협동 모드는 단지 친구로 등록된 유저를 초청해서 함께 즐겨야 하는 시스템 제한이 있다. (콘솔은 어떤지 정확히 잘 모르겠음)


경쟁 모드는 프리 포 올, 팀 데스매치, 캡쳐 더 플래그, 도미네이션, 폭탄 설치 등 다양한 모드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PC 버전을 포함한 모든 기종이 중앙에서 통제되는 매치메이킹을 통해 랜덤 유저간의 만남이 이뤄지고 (배틀넷 래더 모드와 같이) 따로 비밀방을 통해 지인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유저는 매치메이킹 게임의 경험을 통해 경험치를 획득하고 이 경험치에 따른 계급이 상승과 무기 숙련도 상승을 통해 새로운 무기나 캐릭터의 특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이 획득한 능력과 무기들을 조합해 커스텀 클래스를 설정할 수 있다. 계급에 따른 특수 능력 부여는 저레벨 유저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임에 분명한데, 이를 상충시키기 위해 기본 클래스들엔 매우 고레벨이어야 사용 가능한 특수 능력 설정이 섞여있다. 2편의 멀티플레이부터 제공해온 자신이 어떻게 죽었나를 보여주는 킬 캠 역시 존재한다.


모던 워페어 2 멀티플레이 시스템의 정점은 킬스트릭이다. 킬스트릭이란 유저가 타 유저에게 죽지 않을동안 연속 킬 수를 올리면 얻게되는 보너스 공격 도구 획득 시스템으로 연속 킬 수가 높아질수록 좋은 도구를 얻어 자동 게틀링 건이나 타겟 지정 폭격 뿐 아니라 아군 헬기나 전투기를 소환할 수도 있으며 일정 지역 무차별 폭격 혹은 핵미사일까지 지원된다. 게다가 한번 보너스를 호출하였더라도 유저가 죽지만 않으면 누적 킬수는 유효하기에 잘만 하면 한 유저에게 다수의 유저가 해당 게임에서 끊잆이 고통당하는 대학살당하는 참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학살하는 유저 입장에선 매우 신나고 통쾌한 시스템이지만 킬스트릭 지원을 바라기 어려운 못하는 유저에겐 일종의 비극과도 같은 시스템인 셈이다. 킬스트릭에 상응하는 데스스트릭 시스템이 있기는 하나, 데스스트릭 시스템의 못하는 유저에 대한 지원책은 킬스트릭에 비해 미비하다. 결국 '잘 해라' 는 것이 모던 워페어 2 가 추구하고 요구하는 멀티플레이다.


PC 유저들에게 모던 워페어 2 멀티플레이의 가장 큰 쟁점은 서버다. 콘솔버전들이야 플랫폼 시스템상 데디케이트 서버가 예전부터 지원되지 않았기에 그렇다고 치더라도, PC 버전 마저 데디케이트 서버 방식을 지원하지 않고 오직 콘솔과 같은 제한 환경에서 매치메이킹으로 멀티플레이가 이뤄지고 각 게임의 호스트를 유저가 잡게 된다. 덕분에 각종 유저 모드도 활용될 수 없고 애초에 모드 제작 지원조차 되지 않고 있다. 멀티플레이 접근성이 용이하고 간편해지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PC 라는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들을 포기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PC 버전의 특정 미션은 시스템 특성을 심하게 타서 해당 미션만 옵션 조절 해야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문제도 많고 탈도 많지만 모던 워페어 2 는 분명 올해 가장 성공적인 게임으로 기록될 것이며 그에 걸맞도록 잘 만들어진 게임인 것은 분명합니다. 싱글플레이부터 멀티플레이까지 즐기는 입장에서만큼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국내 발매에 있어 유통사 WBA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있어 앞으로 판매가 어찌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던 워페어 2 는 올 겨울 패키지 게임 선택에 있어 분명 만족을 줄 것입니다.

Good
화려한 그래픽
유저에게 최고의 현장감을 전달하도록 꾸며진 미션들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상황과 상황 연결
현장과 상황을 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연출과 디자인

Bad
고민없이 자극과 재미만을 추구한 것으로 보이는 연출과 시나리오
FPS 시스템상의 구석기적 행동 지원
PC 버전의 떨어지는 완성도
PC 버전 멀티플레이의 데디케이트 서버 미지원

게임명 :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 (Call Of Duty : Modern Warfare 2)
장   르 : FPS
개발사 : 인피니티 워드
유통사 : 액티비젼 (국내 - WBA)
플랫폼 : PC, XBOX360, PS3, Wii
발매일 : 2009. 11. 10. (국내 - 2009. 11. 12.)
공식 홈페이지 : http://www.modernwarfare2.com/

평가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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