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이 전성기만큼은 아니라지만 절대 등한시 할 수 없는 비디오 게임의 성지이며 그들만의 취향이 너무나 확고한 일본 시장. MS 는 그곳에 XBOX 를 정착하기 위해 MS 는 다방면에서 전폭적 지원을 동반한 전략을 행해오고 있다. 개중에는 아이돌 마스터와 같은 성공적 사례도 있고, 현재 진행형으로 대작 일본식 RPG 제작 유치 및 지원을 꼽을 수 있는데, 로스트 오디세이는 MS 의 일본식 RPG 제작 지원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미스트 워커가 2007년 말 발매한 게임이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의 차이?

로스트 오디세이의 제작진은 말 그대로 초호화 군단이다. 그 군단의 선두는 개발사 미스트워커의 창립자인 사카구치 히로노부.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과거 스퀘어 재직 시절부터 스퀘어 에닉스 재직 시절까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베이그란트 스토리, 패러사이트 이브 등을 대표로 한 굵직한 타이틀들의 총감독 혹은 프로듀서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를 맡으며 개발의 선두에 있던 인물이다. 사운드 트랙을 맡은 우에마츠 노부오 역시 과거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비롯 크로노 트리거 등에서 유저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선율들을 작곡해 왔다. 또한 로스트 오디세이의 특징 중 하나인 게임 내 서브 에세이집 '천년의 꿈'은 일본 내 문학 수상 경력이 있는 소설가 키요시 시게마츠가 투입되었다.

토리야마 아키라 일러스트의 블루 드래곤타케히코 이노우에 일러스트의 로스트 오디세이

여기까지는 소설가 키요시를 제외하면 개발사 미스트 워커의 스탭롤이며 그들의 이전 타이틀 블루 드래곤의 스탭롤이기도 하지만, 두 타이틀의 차이점을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갈라놓는 주체는 일러스트 및 캐릭터 디자이너다. 블루 드래곤이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손을 빌렸던 것에 반해 로스트 오디세이는 슬램덩크의 작가 타케히코 이노우에의 손을 빌렸다. 각 게임에 사용된 일러스트와 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 디자인은 외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게임의 정서적 차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데, 명랑쾌활 RPG 가 느껴지는 블루 드래곤의 첫인상과 달리 로스트 오디세이는 좀 더 딱딱하면서도 정제된 첫 인상을 풍긴다. 이는 일본식 RPG 의 양대 산맥인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의 이미지 차이와 흡사하다고 볼 수도 있을 터. 실제로 블루 드래곤이 드래곤 퀘스트를 표방했던 것에 반해 로스트 오디세이는 핵심 개발진의 전력이 노골적으로 발휘되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색체가 물씬 풍긴다.

천년을 살아온 불사신들의 블록 버스터

로스트 오디세이는 카임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5명의 불사신과  주변 캐릭터들의 여행을 그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스토리의 중심에 선 불사신들이 기억을 상실한 체 의미없이 세상을 살아가다 여행을 통해 서로 만나게 되고, 점차 기억과 자아를 되찾으며 최종적으로 세계의 위험을 막는다는 전개를 가진다. 그 뻔하다면 뻔한 줄기 속에서 로스트 오디세이만의 매력을 찾는다면, 천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 잊혀진 그들의 기억이다. 이는 앞서 소개한 게임의 서브 에세이집 '천년의 꿈'을 통해 극대화 되는데, 게임의 진행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에피소드 모음집은 천년의 세월동안 불사신들이 겪었던 다양한 세상 군상들의 모습을 텍스트와 삽화를 통해 인상깊게 그려내고 있다. 적어도 이 에세이 집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봐왔던 텍스트들과는 질적으로 차이를 보여주며 과연 전문 문학가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아쉽게도 이 에세이들은 진행 중 불특정 위치에서 불쑥 튀어나와 방대한 텍스트를 읽어야 하기에 게임 진행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로스트 오디세이의 또다른 특징은 DVD 4장의 용량을 과시하는 방대한 연출씬이다. 첫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 영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실 전투 화면의 연출은 유저에게 '나는 블록버스터다' 라 말하며 자신을 어필하려 한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이벤트성 전투의 연속과 의미없는 전투 장면의 연속으로 금새 지루함이 느껴진다. 지루함은 로스트 오디세이의 가장 치명적 단점이다. 수준긒 그래픽 퀄리티와 카메라 워크의 다양함 속의 화려한 이벤트 연출 의지는 높게 살만 하지만 너무 시시콜콜한 부분의 모든 것 하나하나를 연출로 담아내려 했고, 덕분에 연출의 굴곡이 미비해져 그 길고 긴 이벤트 씬 분량을 보고 있어야 할 게이머는 따분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정작 클라이막스의 연출을 지친 마음으로 접해야 한다. 마치 무작정 길게 늘어진 50부작 무협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 더불어 이벤트 씬과 씬 사이의 캐릭터의 짧은 한두걸음 이동을 위해 유저 컨트롤을 요구하는 부분은 짜증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 


늘어진 연출의 지루함은 스토리 진행이 느린 게임 초반부에 특히 유저를 심하게 괴롭히는데, 그나마 디스크 2 를 넘어 중반에 접어들면 이야기 전개에 가속도가 붙고 뚜렷한 목적이 생겨나며 겨우 추스려지기 시작한다. 파이널 판타지의 색체는 스토리 전개 양상이나 등장 캐릭터들의 특징, 세계관 등의 곳곳에서 나타나며 이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대대로 성공적으로 어필해온 균형잡힌 짜임새를 나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파이널 판타지의 유전자에 멋진 연출을 좀 더 전면적으로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의도가 썩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양함이 녹아있는 시스템

로스트 오디세이의 시스템은 보다 분명히 파이널 판타지의 색체를 느낄 수 있다. 메뉴의 구성부터 파이널 판타지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스킬 링크 시스템은 이제까지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들을 혼합한 형태다. 악세사리에 붙어 있거나 동료가 구사하는 스킬을 캐릭터로 링크한 뒤  전투를 거쳐 얻는 스킬 포인트는 누적에 따라 링크한 스킬을 배울 수 있다. 이는 마치 파이널 판타지 8 의 드로우 시스템과 목적성에 있어 유사한데, 스킬 링크는 불사신만이 가능하고, 각 불사신들은 밀리나 마법과 같은 특성에 기반한 능력치의 한계를 유지시켜 모든 불사신 캐릭터가 만능 괴물로 변화는 탈 개성화는 방지되고 있다. 

필드에서 랜덤으로 돌입하는 전투 모드는 턴제를 기반으로 상대 진영과 아군 진영으로 나뉘고, 캐릭터의 민첩도나 시전 속도에 따라 우선 순위가 부여된다. 전투마다 대하는 적들의 민첩도가 다르기에 전투마다 턴 우선권이 매번 다르기 때문에 적의 턴 순위와 아군 턴 순위를 고려해 효과적인 동작을 취해야 한다. 전투 한번 한번이 그리 짧지 않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므로 각 캐릭터의 턴 동작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게임 오버 화면으로 가느나 마느냐를 결정한다. 하지만 레벨 업 과정이 험난하진 않다.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의 습득이 절대치가 아닌 상대치로 이뤄지기 때문에, 레벨이 낮은 캐릭터의 육성이 쉽다. 이는 등장 캐릭터가 전투 참여 수용인원 보다 많기에 필연적으로 성장이 뒤쳐지는 캐릭터가 발생함에도 큰 부담이 없게 해준다. 전투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반지 시스템으로 각 캐릭터들이 반지를 자악한 뒤 일반 공격을 화면에 나타나는 써클존을 향해 점점 작아지는 큰 원이 써클 존에 맞는 크기로 줄어드는 타이밍에 맞춰 트리거 키를 조작하면 일반 공격의 능력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반복되는 전투 속에 지루함이 느껴지기 쉬운 공격 모션 시간을 그나마 덜 지루하게 해 줄 요소로, 묘한 오기를 발동시켜 집중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 써클존에 들어가느나 마느냐의 이득은 사실 그리 큰게 아니므로 정 귀찮은 유저라면 억지로 타이밍을 맞추지 않아도 크게 손해가 아니기에 적당한 시스템이라 볼 만 하다. 마법은 흑마법과 백마법, 혼한 마법 등으로 분류되며 각 마법의 스킬 레벨이 높아질 수록 고차원 주문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스킬 레벨만 높다고 모든 고차원 주문을 다 쓸 수 있는 것이 아닌 레벨과는 별도로 상점이나 보물 상자등을 통해 주문을 얻어야 한다. 



풀 3D 를 활용한 게임임에도 캐릭터의 이동에 고정된 카메라가 따라가며 아주 약간의 시야 확장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PS1 시절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향수라 불러야 할지, 뭐라 해야할지 참.. 또한 전투 로딩을 포함한 맵 구간 이동이나 이벤트 씬 전환 등을 이유로 비교적 긴 로딩이 심지어 잦게 나타나 짜증이 나는 편이고, 세이브 포인트의 위치가 적절히 분배되어 있지 않아 세이브 한번 하는 것이 스트레스인 단점이 있다. 로스트 오디세이는 분명 A급을 지향하는 대작 JRPG 지만 의욕이 너무 과한 개발진의 욕구가 오히려 큰 마이너스가 된 게임이다. 혁신적 변화나 시스템을 가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 구관의 모습을 답습하려 한 경향마저 보인다. JRPG 란 장르에 너무 얽매인 나머지 과거지향적 게임이 되어버렸달까? 하지만 초반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다면 제법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로 JRPG 가 선사해온 재미를 잘 느낄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굳이 타기종 유저가 탐낼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XBOX360 유저 중 JRPG 를 찾고 있다면 한번 권해볼만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Good
화려한 그래픽과 다양하고 화려한 연출 시도.
전투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운 편이지만 레벨업은 쉬운 편.
전투의 반지 시스템은 전투의 집중력을 높여준다.
서브 에세이집 '천년의 꿈' 감상은 게임 외적 재미의 백미.

Bad
연출 씬이 너무 잦고 굴곡없이 밋밋한 연출이 많다. 의미없이 늘어지는 반복 연출도 존재.
초반 스토리 진행의 루즈함이 꽤 길다.
시도 때도 없는 잦고 긴 로딩.
세이브 포인트 위치 선정이 들쭉날쭉.
필드 카메라 워크의 후진성과 불편함.

게임명 : 로스트 오디세이
장   르 : 일본식 RPG
개발사 : 미스트워커, 필 플러스
유통사 :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 : XBOX360
한글화 : 음성 자막 완전 한글화
발매일 : 일본 - 2007. 12. 06 , 한국 - 2008. 01. 14. , 북미 - 2008. 02. 12.
공식 홈페이지 : http://lostodyssey.jp/

평가 :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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