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무브와 XBOX360 키넥트의 참여로 게임 콘솔계의 모션 컨트롤 전쟁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사실 모션 컨트롤이란 방식이 게임 콘솔로 처음 시도된 방식이 아님에도 지금에서야 각 플랫폼 홀더들이 적극적으로 모션 컨트롤 방식을 앞세워 경쟁을 시작한 것은 닌텐도 Wii 의 대성공이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요. 이번 포스트에선 이 모션 컨트롤 전쟁을 야기한 원인인 닌텐도 Wii 의 성공과 이면을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닌텐도에 따르면 2010년 접어들어 Wii 는 전세계 약 7000만대의 판매량을 이뤘고, 소프트웨어는 약 5억장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분명 현재의 다른 경쟁 플랫폼들을 압도하는 수치이며, 지금까지 가장 많은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는 PS2 보다 속도적 부분에서도 앞서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록은 현재까지의 Wii 대성공을 너무나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그 화려함의 이면속에 Wii 와 Wii 소프트웨어 판매량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소프트웨어적 문제가 더 큽니다.

NPD 의 북미 판매 기록에 따르면 Wii 는 여전히 가장 잘팔리는 게임 콘솔이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다른 경쟁 하드웨어와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드는데다 매달 발표되는 판매량에서 간혹 추월당하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Wii 의 소프트웨어 판매량의 경우 문제가 두가지로 분리되는데, 첫째는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판매된 Wii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너무 특정 소프트웨어들에 쏠려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둘째 문제입니다.

Wii 소프트웨어 전체 판매량을 15% 를 차지하는 Wii Sports


5억장의 Wii 소프트웨어 판매량 중 약 13%에 해당하는 6300만장을 차지하는 단일 타이틀이 바로 Wii Sports 입니다. 게다가 후속작인 Wii Sports Resort 판매량까지 합하면 약 7700장에 이르러 전체 판매량의 15% 비율을 차지합니다. Wii Sports 시리즈는 번들 패키지에 가장 많이 포함되는 타이틀인 만큼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비율이 너무 높습니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번들 타이틀 외에는 Wii 의 추가 타이틀 구입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각종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Wii 의 구매자들은 다른 기종의 구매자들에 비해 추가 타이틀 구매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1억 4천만대가 보급된 PS2 의 베스트셀러는 GTA : 산안드레아스 이며 판매량은 약 2000만장입니다. 이제 7천만대를 넘어선 Wii 의 베스트셀러가 6300만장을 팔아치운 Wii Sports 라는건 비정상적이죠.

또한 Wii Sports 의 뒤를 잇는 판매량 순위는 Wii Play (처음 시작하는 위) 가 2500만장, 마리오 카트 Wii 와 Wii Fit 이 2000만장을 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으며 500 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10여종의 게임들이 모두 닌텐도 게임들입니다. 100만장이 넘게 팔린 타이틀은 약 70 여종인데 그 중 20여종이 닌텐도 게임들이구요. Wii 의 폭발적인 성공에 고무된 서드파티 제작사들이 한때 Wii 타이틀 출시를 마구잡이로 찍어낸 관계로 경쟁 기종에 비해 타이틀의 갯수는 Wii 가 가장 많은데, 실제 판매된 비중은 대부분이 닌텐도 게임들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닌텐도가 게임을 잘 만드는 것이야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지만 닌텐도 파워란 이유만으론 이같은 소프트웨어 판매 편중도는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Wii 는 과거 게임 큐브와 같은 닌텐도 혼자만 애쓰는 콘솔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닌텐도 DS 의 다양한 타이틀들의 성공은 Wii 와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전기종으로 발매 예정인 체감형 댄스 게임, 마이클 잭슨 디 익스피리언스

이같은 Wii 의 소프트웨어 판매 형태를 고려해보면 Wii 는 게임 콘솔이라기 보단 좋게 말하면 '닌텐도가 제시한 새로운 놀이 문화' 이고, 나쁘게 말하면 '몇몇 마리오 게임이 곁들여진 Wii Sports 플레이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Wii 가 이전까지 게임을 즐기지 않던 계층에게까지 게임을 보급하며 유저 계층을 넓힌 것은 사실이지만 Wii 를 통해 편입된 유저들이 지속적인 게이머로 남은 확률은 높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론 Wii 발매와 Wii 가 보여준 모습은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기에 대유행을 불러일으켰고, 지속적인 판매량 감소는 그 유행의 약발이 다되어감을 의미합니다. 다른 게임들도 유행을 탄다는 측면에선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Wii 유행을 탄 유저들의 특징은 더이상 게이머로 남아있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겁니다. 과거 다마고치와 같이 한순간의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죠. 그나마 서드파티 게임인 저스트 댄스의 성공은 체감형 댄스 게임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고 할까요?

사실 Wii 의 이런 특성은 예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인데, 굳이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이유는 Wii 가 단발성 휘발유와 같은 특성을 가지게 된 것이 모션 컨트롤이라는 콘솔 게임계의 화두가 아직까진 유저들이 기대한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을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Wii Sports 만큼은 분명 각종 광고나 체험 영상을 통해 유저가 기대한 만큼의 만족감을 줬지만 (최초의 경험이라는 어드벤티지가 크게 작용한) 그 외의 게임들은 모션 컨트롤을 이용해 비 게이머 계층이었던 유저들을 게이머로 편입할 정도의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는 거죠. 실제 Wii 의 모션 컨트롤을 적용한 대다수의 게임들이 그들이 포장한 광고에 비해 실 플레이로 느끼는 현실은 보잘것 없거나 팔만 아프도록 만들었다는 것 역시 사실이구요. 이는 단순히 해당 게임들만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Wii 자체가 가지는 스팩적 한계 혹은 Wii 가 채택한 모션 컨트롤 방식의 한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닌텐도 Wii 는 성공했으나 Wii 가 내세운 게임의 모션 컨트롤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야 옳습니다. 닌텐도 Wii 의 성공으로 마치 모션 컨트롤이 콘솔 게임의 대세. 주류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대성공을 동반한 한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아직까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미완의 특수한 수단이랄까요. 그리고 올 가을, 뒤늦었지만 MS 와 소니가 자신들의 새로운 모션 컨트롤러를 들고 모션 컨트롤을 이용한 콘솔 게임 시장 개척 경쟁에 참여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또 다음 포스트에서 해야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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