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tory

네이버 플레이넷, NHN이 꿈꾸는 게임계 지각 변동

hk. 2010. 10. 3. 07:06
NHN 이 국내 굴지의 포털 서비스 네이버를 통해 새로운 게임 플랫폼 플레이넷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이미 한게임이라는 자사의 대형 게임 포털을 보유하고 있는 NHN 이 왜 굳이 또다른 게임 플랫폼을 런칭하는 걸까요. 네이버 플레이넷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플레이넷은 '채널링' 서비스

네이버의 플레이넷은 유저들의 입장에선 '다양한 게임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싸이트' 란 관점에서 기존의 게임 포털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부적 구조에 있어선 분명한 차이점을 가집니다. 네이버 플레이넷은 바로 채널링 서비스라는 겁니다.

한게임이나 피망, 넷마블 같은 게임 포털들을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개발사와 유통 계약을 맺고 서비스되는 게임들입니다. 유통 계약은 개발 과정에서 유통사가 개발사에게 대한 투자가 이뤄지기도 하고, 개발 완료 후 게임 마케팅과 운영과 같은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유통사가 일임받아 해당 게임에 대한 서비스를 책임집니다. 계약에 따라서 지적 재산권 (프렌차이즈 소유권) 을 유통사가 가져가기도 하고 수익 배분에 대한 협약을 비율로 따지느냐 절대 가격으로 따지느냐의 차이점이 나타날 순 있지만. 아무래도 게임 판매에 대한 책임을 유통사가 지다보니 수익은 유통사에게 더 많이 챙기게 되고, 그런 이유로 개발사가 직접 유통을 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이버 플레이넷의 예상 레이아웃 (최초 명칭 게임패스)


반면 채널링 서비스는 단지 게임 판매를 위한 환경 (접근 경로)를 제공할 뿐 전반적인 게임 서비스 정책에 깊게 관여하지 않고, 그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채널링은 단지 게임의 판매 경로가 확보되는 (넓어지는) 것이고, 매출에 대한 배분도 채널링사가 가지는 배분보단 서비스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유통사 혹은 개발사가 가지게 됩니다. 과거 던파가 넥슨과 던파 독립 싸이트에서 동시 서비스되었던 경우나 엔돌핀, 한빛온, 한게임 등에서 동시 서비스되고 있는 오디션과 같이 하나의 게임이 여러 게임 포털에서 서비스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습니다. 네이버는 플레이넷을 이런 채널링 서비스 전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깁니다.

엄밀히 따지면 성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개발사가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면 생산자-소비자, 유통사를 통해 서비스하면 생산자-도매상-소비자, 채널링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되면 생산자-도매상-소매상-소비자 or 생산자-소매상-소비자 의 유통경로를 거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실물재화와는 달리 디지털 상품이니만큼 유통 과정의 복잡화로 유저들에게 돌아갈 금전적 부담이 커지지는 않겠지만 내부적으론 좀 복잡해지는게 사실이죠. 네이버 플레이넷의 경우 그 규모적 범위를 크게 잡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이마트와 같은 온라인 게임계의 대형 마트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게임은 농협 직판장?)

플레이넷의 절대 매력, 네이버

플레이넷이 가지는 절대적인 매력 포인트는 네이버의 자체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네이버는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의 회원 DB 를 확보하고 있고, 실제 유저들의 트래픽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내 No.1 싸이트 입니다. 물론 한게임이나 플레이 엔씨, 넷마블, 피망과 같은 게임 포털들이 확보하고 있는 DB 도 그리 낮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게임만을 위해 찾게되는 게임 포털들과는 달리 네이버는 종합 포털이며 검색, 뉴스, 카페, 블로그 등 좀 더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유저들은 그런 네이버 안에서 많은 활동을 이루게 됩니다. 이런 네이버 서비스들과 플레이넷이 네이버라는 큰 울타리에서 연계된다는 것은 당장 다수의 게임 포털들이 내부 확장을 통해 스스로의 방향성 중 하나로 잡고 있는 목표가 네이버를 통해 한번에 이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이버 플레이넷의 게임 페이지를 통해 바로 팬 카페로 접속될 수 있고, 네이버 검색이 지금의 게임 싸이트 연결보다 유기적으로 플레이넷 연결이 이뤄질 것입니다. 역으로 카페나 블로그에서 네이버 플레이넷 게임 페이지로 통하는 연결고리를 열어두기도 하겠죠.

다른 말 필요있나, 최강 인프라 네이버



여기에 추가되는 매력이 바로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미투데이나 최근 네이버가 발표한 네이버미와 같은 소셜 서비스 로드맵은 당연히 플레이넷과 연계될 것이고 네이버는 이들 소셜 서비스와의 연계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방안을 플레이넷 입점 업체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홍보가 기업들에게 눈길을 끌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계 + 네이버 소셜 네트워크와의 연계는 분명 큰 매력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물론 이런 매력을 바탕으로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둘째 문제지만, 그 인프라만큼은 최강이라 부를만 합니다. 최강의 인프라를 사용하는 조건이 오히려 유통사와 전격 계약을 맺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중소 게임 개발사로선 혹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죠.

그러나 플레이넷은 네이버가 최근 제시한 소셜 서비스 로드맵과 마찬가지로 네이버 제국을 위한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비록 다른 서비스들과는 달리 외부의 컨텐츠를 연결하기는 하지만 그 컨텐츠를 네이버 제국 내부로 끌어들여 철저히 그 안에서의 연결을 의도하고, 강조하는 것은 변함이 없죠. 그만큼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 인프라 덕분에 유저에게나 게임 회사에게나 플레이넷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네이버 외부의 게임 유통사들에겐 이 무슨 깡패같은 전략인가 싶은 생각이 절실할겁니다. 약간 빗나간 이야기지만 게임 마케팅에 있어 배너를 네이버 메인에 거는것과 다음 메인에 거는 것은 실체 차원이 다르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만큼 네이버 스스로의 존재감이 엄청난 것을 알 수 있죠. 네이버니까 가능한 네이버스러운 전략, 그게 네이버의 새로운 게임 플랫폼 플레이넷입니다.

독자적인 게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온 네이버


한편으론 네이버만큼 게임이란 컨텐츠 활용에 차근차근 준비해온 포털도 없습니다. 게임 명칭으로 검색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네이버는 꽤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게임 정보를 독립적으로 구분해 자신들의 검색 결과에 노출시켰고,정말 그럴 필요가 없어보이는 게임까지 광범위하게 데이터베이스화 시켜왔습니다. 게임 웹진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 다른 포털들과는 분명 대조적인 모습이고 플레이넷을 포함해 앞으로 네이버가 이를 활용할 다른 방안도 모색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플레이넷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

네이버의 플레이넷 계획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해외의 게임 서비스가 밸브의 스팀입니다. 스팀의 경우 밸브 자신들의 게임을 발매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개발되었고, 여기에 서드 파티의 참여가 조금씩 이뤄지다 지난 2008년을 전후로 가파른 속도로 성장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패키지 게임 판매 서비스로 우뚝 서있죠. 2003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스팀은 10만 정도의 계정을 가졌던 중반기를 거쳐 지금은 2500만의 계정을 상대로 1000가지가 넘는 게임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미 PC 게임 다운로드 판매의 70% 를 점유하고 있고, PC 게임 다운로드 판매는 이미 리테일 패키지 시장을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젠 패키지 게임에 부분 유료화 전략까지 적용하려 움직이고 있더군요.

종합 게임 다운로드 판매 플랫폼, 스팀소셜 게임 왕국, 페이스북

단편적으로 플레이넷이 추구하는 위치는 현재 스팀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같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은 종합 온라인 게임 판매 시장을 개통함으로 자신들이 유통을 담당하는 게임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게임들로부터도 이익을 창출하고, 그럼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싶을 겁니다. 스팀이 맨땅에서 헤딩을 했던 것과는 달리 네이버는 이미 내부적으로 연계 서비스와 막대한 회원을 바탕으로한 훌륭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니 시작지점으로 부터의 가능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은 페이스북이 소셜 게임 업체들로부터 많은 중간 이득을 가지는 것 과 같이 네이버 인프라를 이용한 한국의 페이스북 위치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겠죠. 어찌되었든 네이버북이 원하는 것은 국내 온라인 게임 유통계의 강력한 큰 손이 되는 것입니다.

네이버가 이렇듯 게임 채널링 플랫폼을 선보이게 된 배경에는 애초에 고려하고 있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것보단 NHN 의 게임 유통망 한게임이 그들의 포부에 비해 별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게임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의 블록버스터 온라인 게임인 반지의 제왕, 몬스터 헌터, 워해머 온라인을 선보였지만, 몬스터 헌터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모두 실패했다고 봐야합니다. 덕분에 No.1 게임 포털을 자처함에도 라인업에 있어서 대표작으로 내세울만한 게임이 없는 실정이죠. 그렇다고 퍼블리싱을 접을 그들도 아니지만 3번의 참패속에 퍼블리싱의 위험함을 인지하고 안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것이 플레이넷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가지로 자존심을 많이 구겼던 게임 포털 한게임


네이버가 플레이넷을 통해 온라인 종합 게임 시장의 위치를 다지는 것 이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론 한게임과 웹젠 (NHN 게임즈) 의 발전입니다. 네이버는 플레이넷 채널링을 통해 서비스되는 중소 개발사의 게임들 중 유저들의 호응이 높은 게임이나 고품질의 게임에 대한 정보를 보다 세부적으로 얻을 것이고, 이 잠재적인 후보군들을 선별해 한게임을 통한 유통을 추진하거나 웹젠으로의 편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NHN 은 이미 웹젠과 NHN 게임즈를 합병시켜 자사계열 개발사의 큰 기틀을 잡았고 앞으로도 역량있는 개발사의 영입을 고려할텐데, 플레이넷은 그런 후보군을 효과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시험대 역할을 담당하기에 최적의 무대가 될 것입니다.

플레이넷의 과제

비록 네이버란 최강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넷은 큰 매력을 가진 플랫폼입니다만, 그리 쉽게 성공의 길로 이르지는 못할겁니다. 엔씨소프트나 네오위즈 등 자신들의 확고한 게임 포털을 가진 대형 게임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의 주력 게임이 지금도 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자신들에게 떨어질 수익의 일부를 네이버와 공유하면서까지 플레이넷 채널링을 고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유통하는 게임들이 플레이넷 채널링을 고려한다면 고작해야 현재 그들의 포털에서 지지부진한 2진 3진의 위치에 속한 게임들일 겁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은 모두 이들 유통사가 직접 개발에 관여한 게임들이기에 당장 플레이넷의 라인업이 최고 인기 게임들로 체워질 수도 없고, 냉정하게 보면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간판 게임이 플레이넷에 걸릴리가 없다


결국 라인업을 맞춰야하는건 아직 안전한 유통망을 확보 못한 중소 개발사들의 게임이나 다른 게임 포털들의 2진급 게임들인데, 온라인 게임은 한번의 판매로 수익이 결정되는 패키지 게임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플레이넷으로 성공 궤도에 오른 게임이 채널링을 중단하는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유통망이 없는 게임이라면 그나마 덜하겠지만, 다른 게임 포털의 게임의 경우엔 보다 빈번히 발생하겠죠. 플레이넷은 당연히 이런 점을 고려해 채널링 계약 스케쥴을 조정해나가겠지만.

당장 플레이넷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는 이들은 중소 개발사들일 텐데요. 그들이 플레이넷을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을 감당할 게임 서버 유지 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의 문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첫 오픈 베타를 실시하는 게임들은 초기에 엄청난 유저들이 한번에 몰리고 한번에 빠져나갑니다. 이 시기의 게임 서버 유지능력은 대형 유통사들도 쩔쩔맬 정도로 무서운 과제인데, 플레이넷의 네이버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면 중소 개발사의 게임들에게 비슷한 트래픽이 발생할테고 과연 중소 개발사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게임의 서비스 기간 전체를 고려해도 마찬가지) 단순히 서버 유지 뿐 아니라 게임 운영 노하우에 있어서도 미숙함이 드러날 것이구요. 플레이넷은 이런 중소 개발사의 운영 환경의 한계를 보완해줄 지원책이 필요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가 플레이넷으로 불을 지핀 게임 채널링 플랫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프라의 질 측면에선 네이버에 대적할 상대가 없겠지만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죠. 포털 2인자 다음만 해도 2000년대 중반부터 게임 채널링 서비스를 지속해오고 있고, 한게임을 제외한 엔씨나 네오위즈, CJ 등의 게임 포털들이 자사의 메인 라인업을 활용한 채널링 연합을 구출할 가능성도 있지요.

한콘진 DSP 포털, 게임엔게임


한편으론 정부 문화부 산하의 한국 컨텐츠 진흥원이 중소 개발사 지원을 위한 국내 게임 포털 (DSP) 서비스, 게임엔게임 (gamengame.co.kr) 을 이미 지난 9월 중순 런칭했습니다. 네이버의 플레이넷과 한콘진의 DSP 포탈은 서비스의 추구점은 다르더라도 당장의 기능성 면에선 경쟁 관계라 할 수도 있고, 한콘진의 게임 산업 지원 정책에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과연 둘 중 어느 서비스가 중소 개발사에게 더 진정한 도움을 줄 것인지와 이 두 서비스가 어떤 상호 관계를 가지게 될런지 여러가지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